신묘년 첫 눈 맞으며 쇠미산 산책
2011.2.14.
코스 어린이회곤-1초소-쇠미산-무명봉-만덕고개-찬물샘-삼환아파트-초읍고개
깃털 홀로 쇠미산 둘레길 약3km 2시간 소요 산책
아침 7시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제법 내렸고 계속 내리고 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부산의 설경을 보기 위해 간편복장으로 가까운 어린이대공원 쇠미산으로 오른다. 온 산이 하얗게 덮혀 있고 바람도 쉬고 포근한 날씨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걸으니 마음이 순백해지고 잊혀져가는 뽀도덕 소리를 들으며 어린이회관을 지나 제1초소 갈림길에서 돌담길 옆 길따라 쇠미산을 오른다.
쇠미산 정상에는 세찬 눈바람이 몰아쳐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다. 2년 전에 금정봉 정상석이 쇠미산으로 바뀌었다. 표지목 이정표에는 금정봉이라 되어있고 주변 표지목에도 모두 금정봉이라 되어있다. 행정기관에서 설치한 방향 표지목에 금정봉이라고 해 놓았는데 어느 산악회에서 쇠미산으로 바꾸어 세운 정상석이다.
정확한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능선을 내러 무명봉으로 향한다. 산님 한 분이 등산장비를 갖추고 쇠미산 정상 우회길로 간다. 저분도 눈산행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다.
능선 묘지 옆 텐트 한동은 왜 있을까 궁금증이 든다. 누가 있을까?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조용하다. 사람이 있다면 비박을 하는 사람일까 비박을 하는 사람이라면 왜 날이 밝아 9시가 지나고 있는데도 가지 않고 있을까. 그렇치 않으면 묘지 주인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을까? 그렇다고 안을 들어다 볼 수도 없는 일이다.
낙동정맥 갈림길을 지나 망향비를 돌아보고 사거리에서 무명봉으로 오른다. 걸음마다 풀섶에 쌓인 눈이 가만이 있는 사람은 못살게 하느냐고 다리를 공격한다. 하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길에 떨어져 내리는 눈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소리없이 눈이 쌓여가는 나무가지에 새들이 숨박꼭질 지저기는 모습 정겹다.
무명봉 철탑 앞 낙동정맥 갈림길을 내러서다 눈덮혀 보이지 않은 나무가지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져 한바퀴 딩굴어 엉덩이가 아팠지만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눈을 털고 되돌아 만덕고개로 내러가는데 우산을 쓴 산님들이 하나둘 보인다. 눈속을 홀로 걸어가는 산님의 모습을 되돌아 보니 아름답다. 만덕고개에서 찬물샘으로 가는 등산로 따라 가다 임도에 내러 찬물샘에 이른다.
샘은 눈을 녹이며 줄기차게 물을 쏫아 내고 있다. 한 모금 목을 축이고 체육공원에 이르니 눈 속에 운동기구를 하고 있는 남자 두명에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운동을 조금 한 후 남자 한 명은 이런 날은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며 배냥을 지고 떠나 버린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 에 내려 앉은 눈을 보면서 내러오는데 여자 산님 한 분이 아저씨 하고 부른다.
아저씨 올라가는 사람 보았는기요. 무슨 사람 말 입니까? 올라간 사람이 있더냐 말입니다. 예, 남자 여자 여러명이 올라갔습니다. 왜 그려는데요? 혼자 가기 무서워서 그려지요. 예~ 여러사람이 올라갔으니 좋은 산책하십시오.
삼환아파트 갈림길을 지나 초읍고개 입구에 이르니 한무리 남여 등산객이 올라간다. 모두 아이젠을 하고 스틱도 준비해 있는 것을 보니 금정산을 한바퀴 돌아볼 것 같다. 초읍고개에 내러서니 눈발은 더욱 굵어지고 자꾸만 뒤로 돌아봐 진다.
사진
초음고개
감사합니다.